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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지나가다 잼나서 퍼옵니다. - 지하철에서

진짜로 골 때리는 이야기

어제 10시 50분이 좀 지나던 시각...
동대문 운동장에서 4호선으로 갈아탔을 때였다.
사람이 조금 불어났는데 어디선가 시끌벅적한 소리도 들렸다.
누가 싸우나...하고 돌아보자 부부로 생각되는 아줌마 아저씨와
건너편에 앉은 대머리 아저씨(이하 대머리)가 서로 싸우고 있었다.

대머리 : 당신 무슨 소릴 하는거야! 내가! 길음역에서 내리는데!
잠들까봐 당신 마누라한테 길음역에서 깨워달라고 그런거야!
그게 잘못됐어?
아저씨 : 당신? 어따대고 당신이야! 너 몇살쳐먹었..
대머리 : 쳐먹어? 어디다 욕이야 씨X놈아!!

얼핏 보니 대머리는 한 30대 후반쯤 되어보이고,
아줌마는 50대 중반, 아저씨도 비슷한 나이대로 보였다.
세명 다 술을 마신것 같지는 않았고, 보자하니 대머리가
아줌마한테 찝적대는걸로 오인하고 이 아저씨가 열받은 상황이었다.

아저씨 : 씨발놈? 야이 새끼야 어디다 욕이야?
대머리 : 욕은 니 마누라가 가 먼져 했잖아 씨X놈아!
아줌마 : 내가 무슨욕을해!
대머리 : (옆사람에게) 아저씨 제가 먼저 욕했나요? 안했죠!
저 아줌마가 했지요?
옆사람 : -_- (침묵)
아저씨 : 야이 새X야 니가 할짓이 없어서 기차 (분명히 기차였음-_-;)에
탄 여자한테 찝적대냐? 에라이 ~
대머리 : 야! (열나 큰 목소리로... 목소리로는 두명을 압도했다.)
내가! 길음역에서! 잠들까봐 깨워달란거야!
그게 뭐가 찝적이야! 어휴!~
아줌마 : 그러게 왜 자!
대머리 : 야 내가 자던말던 무슨상관이야!
아저씨 : 왜 잠자면 곱게자지 여자한테 찝적대고 그러냐고!
대머리 : 야! (무척크게)내가 그랬잖아!
(다시 조용하고 차분한목소리로) 어디까지 가세요?
아 그러면 저좀 길음역에서좀 깨워주십시요.
(다시 엄청 큰 목소리)그게 찝적이야! 어휴 이 개X끼!
아저씨 : 뭐 개X끼? 이 씨X놈이!
대부분 싸움이 그렇듯, 욕이 나오다 보면 레파토리가 떨어져
무척 유치한 말싸움이 된다. 물론 이 패거리들도 마찬가지였다.

대머리 : 뭐 씨발놈? 이 병신 고자 새끼가!
아줌마 : 니가 그러니까 대머리지-_-;;;;;;;;;

대머리가 무슨상관이야 -_-; 말도안되는 논리이다.
대머리가 설령 아줌마에게 찝적였어도 대머리랑은 상관없는것이다.

대머리 : 니가 나 대머리라서 보태준거 있냐? 니 남편도 빠져!
아줌마 : 내남편은 안빠져!
대머리 : 그럼 회사 짤려!
아저씨 : 난 사장이라서 안짤려!!
대머리 : 그럼 부도나!
아줌마 : 부도나도 사장이얏!
대머리 : 사장도 짤려!
아저씨 : 웃기지마!

싸움 수준이 거의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크게 웃기는 좀 뭐하고해서 다들 바닥을 바라보며
시뻘건 얼굴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참고로 이싸움은 옆 칸에서 구경올만큼 큰 소리로 진행되었다.
잠시 보다못한 중년의 신사 한분이 싸움을 중재하고 나섰는데
곧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
다시 이어지는 싸움. 2차전의 포문은 아줌마가 열었다.

아줌마 : 어이구 내가 참내 말이(?) 막혀서 말이안나와 진짜.
아저씨 : 그만해.
아줌마 : 어휴 내가 진짜.. 진짜 어휴 기가막혀.
대머리 : 아줌마! 내가 한마디 하는데! 내가 아줌마 남편보다!
(사이) 자X 커!
지하철승객들 : -_-;;;;;;;;;;;;;;;;;;;;;;;;;;;;;;;;;;;;;;;;;;;;;;;;;;;;;;;

엄청났다! 홀리필드와 타이슨의 경기중 타이슨이
귀를 물어 뜯었던건 비교도 되지않는다.
28년후 떨어진다는 1999AN10 행성의 위력과 비슷한 충격이 열차
내를 감돌았다. 정말 웃겨 죽는줄 알았다.
내 앞자리에 앉은 아줌마는 행여 나 자식들이 들을까봐
손으로 '눈'을 막았다-_-; 귀를 막아야지.. -_-;;;

대머리 : 진짜야! 보여줘? (일어선다.)
아저씨 : 그만해!
대머리 : 뭘 그만해? 아줌마 보여줘? 내 자X가 얼마나 큰데! 보여줘?
보여줘? 어?
아줌마 : 뭐야 이새끼야!
아저씨 : 그만해!!!
대머리 : 에휴~ 새가슴 보여준다니까~

이때부터 싸움은 거의 대머리 페이스로 흘러갔다.
사장이라는 사회적지와 더이상 어떻게 하지못할것라는 계산뒤에
나온 악질적인 행동이었다.
사실 이전까지만해도 대머리가 되게 억울해 보였는데,
'자X 커!'를 뒤로 이 부부가 몰라보게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_-;;;

대머리 : (자리에 도로 앉으며) 니 마누라 줘도 안먹는다 새끼야!
아저씨 : (극도로 흥분)커..커컥! 야....야..야이새끼야!!!!!!!!!!!
아줌마 : 어머어머어머어머.. 어머머머머머.... 저X끼 저거...!!!
대머리 : (한층 큰 목소리로) 니 마누라 줘도 안쳐먹는다고!!!!
아저씨 : (더욱 흥분)크어어어억!!! 으아아아아아아악!!!! 그만해!!!!!
대머리 : 병신 고자새끼

이건 좀 심했다.
대머리의 우세가 결정난 판에 치명타를 먹이다니,
어쩌면 이 방면의 프로일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건 좀 심했다.
그러나 심하게 웃겼다.-_-;;;;
이미 대머리에겐 도덕, 예의, 범절등은 안중에도 없었다.
불쌍한 아저씨는 분해 떨면서도 아무짓도 못하고
이만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
나같은면 벌써 토막낸 시체를 숨길곳을 찾고있을것이다. -_-;

대머리 : 마누라 간수 잘해 임마! 마누라 말이 다 진짠줄 알고 있어!
임마 내가 할일이 없어서 아줌마한테 찝적대냐?
남편이면 그리고 옆에 앉을것이지 떨어져 앉아서 뭔지랄이야.
고자새끼.
아저씨 : 뭐얏!
대머리 : 마누라면 옆에 꼭 끼고 살아야지! 멀리 떨어저 앉아서 무슨!

이렇게 싸움이 끝나나... 싶었는데... 성신여대 입구까지 오자
대머리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열차내 중간쯤 서서 말했다.

대머리 : 집에가시는 여러 승객분들 죄송합니다.
제가 원래 지하철에서 싸움질이나 하는놈이 아닙니다.
다 제잘못입니다. (꾸벅)
제가 길음역에서 내려야되는데, 길음역에서 잠들까봐
옆에 아줌마 분에게 깨워달라고 말했는데 이게 와전이 되서
제가 무슨 아줌마를 꼬시려는줄알고 남편되는분이
화를 낸겁니다.
제가 아무리 엄마친구랑 연애를 합니까?
엄마친구분정도 되보이는 나이신데...
엄마친구랑 연애를 합니까 말이 안되지요.
아줌마 : 그래 너만한 아들있다.
아저씨 : (조그맣게) 그만둬
대머리 : 다 제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부인말이라고
무조건 다 믿는 남편에게도 잘못이있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그럼 죄송합니다.(꾸벅) 가시는 길까지 편히 가십시요.

이러더니 길음역에서 내렸다 내리면서도 한마디 하는것 잊지않았다.

대머리 : 부인말이면 껌뻑 죽어 고자새끼.......
아줌마 : (벌떡 일어서며) 니똥 굵다!
아저씨 : 자기도 그만하라니까!

대머리야 내리면 그만이지만,
아 이 불쌍한 부부는 어쩌란 말인가 하필이면
막차! 더이상 이들을 목적지까지 대려다주는 열차는 오지않는 시각이다.
우연히 그 부부와 같이 내렸는데 참담한 표정이 무척 안쓰러웠다. 아마 이
부부는 집에가면서 싸웠을것같다. 그러게 왜 소리를 질렀냐 어쩌냐하며...
그 부부는 솔직히 좀 불쌍하지만, 싸움구경은 정말 웃겼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