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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모방범..



시의 궁극적 지향점이 음악이라면..
소설은?
나는 소설이 추구하는 지향점은 영화라 생각한다.
  - 스티븐 킹의 '셀' 중에서 -

'모방범'은 정말 손에 놓기 싫어지는 빼어난 수작이었다.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분량의 책으로 3권이나 되는(총 1621페이지라 한다.)
방대한 내용이지만
아직 이렇게 읽을거리가 남아있다며 기쁘게 생각되어지는 작품이
몇 작품이나 되겠는가..
영화로 치자면 러닝타임 생각하지 않고 감독이 표현하고 싶은
모든걸 다 담은 느낌이랄까..
여성작가이기에 가능하리라 생각되는 세밀한 심리묘사는 이 소설의 백미!
이 정도의 소설이 마구마구 나와줄 수 있는
일본의 환경이 많이 부럽기까지 하다.


역시나 인상깊은 구절 몇가지 인용해보자면..
(맘에 드는 구절은 꼭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둔다.)

"잘들어. 인간이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야. 절대로 그러지 못해.
물론 사실은 하나뿐이야. 그러나 사실에 대한 해석은
관련된 사람의 수만큼 존재해.
사실에는 정면도 없고 뒷면도 없어.
모두 자신이보는 쪽이
정면이라고 생각하는 것뿐이야.
어차피 인간은 보고싶은 것밖에 보지 않고
믿고싶은 것밖에 믿지 않아."


누구도 진실을 똑바로 마주 보지 않으려 한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수용할 수 있는 만큼만 받아들인단
저 말은 이미 개인적인 경험으로 가슴깊게 느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 세대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인생에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야.
아무에게 주목받지 못하고, 아무런 자극도 없는 인생을 보낼
바에야 죽는 편이 낫다는 그런 지향성(을 공통분모로 가지고 있어)."


아무 이유없는 연쇄살인의 이유, 목적을 말하는 저 부분에서는
솔직히 얼마동안 설득당했다.
연쇄살인범이 매스컴에 직접 등장하니 시청률이 폭등하고
모든 사람들이 어떤식으로든 흥미있어하고 재미있어한다.

"모두를 즐겁게 한다. 나쁜일이 아니다."

저 문장이 비수에 꽂혔다.
'과연. 그..그럴지도..' 하며 공감하는 자신을 추스르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워하고 말았다.
조금만 더 몰아부쳤으면 연쇄살인범을 찬양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피라미드에 속아넘어가는게 이런 기분이구나 싶더구만..


소설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진범의 절규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었다.

입에선 웃음이 계속 실없이 흘러나오고,
손은 어서 다음 페이지를 넘기고 싶어 떨리고 있고,
눈은 처음과 중간을 건너뛰고 결말을 보려 흔들리고 있었다.

멋진 소설이다.
땡큐~ 미야베 미유키..

"진실은 아무리 멀리까지 가서 버려도
언젠가 반드시 되돌아와.
그러니까 괜찮아."